
추석이 다가오면 예전에는 극장가가 참 북적였습니다. 저도 학창 시절 추석이나 명절이면 친구들과 극장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하면 신기하지만 사람이 많을 때는 서서 영화를 봤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 시절 제가 봤던 영화 중 하나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였습니다. 그때는 휴대폰도, 넷플릭스도 없었습니다. 집에 있는 TV도 지금처럼 크지 않았으니 영화 한 편을 보러 극장에 가는 것 자체가 꽤 설레는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집에서도 60인치가 넘는 대형 TV로 영화를 보고, OTT를 켜면 보고 싶은 작품을 바로 볼 수 있습니다.
영화관도 훨씬 편안해졌습니다. 부산이나 양산의 영화관에 가보면 의자가 뒤로 쭉 젖혀지는 리클라이너 좌석도 있어 예전 극장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영화를 보는 환경은 이렇게 많이 달라졌지만, 명절에 극장에서 영화 한 편 보는 즐거움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추석에는 반가운 한국영화들이 찾아왔습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반갑게도 한국영화 세 편이 9월 23일 나란히 개봉했습니다.
1. 암살자(들)|실제 역사와 영화적 상상력이 만났다.
올해 추석 극장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은 ‘암살자(들)’입니다.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고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영화는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영부인 저격 사건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당시 사건을 그대로 재현하는 영화라기보다는 사건을 둘러싼 의문을 세 사람이 각자의 위치에서 추적하는 미스터리 추적극에 가깝습니다.
유해진은 당시 현장을 경비했던 형사 철구, 박해일은 신문사 사회부장 재환, 이민호는 신입 기자 영일을 연기합니다. 같은 사건을 경찰과 언론인의 서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점도 이 영화의 재미입니다.
특히 영화를 볼 때 눈여겨볼 부분은 ‘실제 역사와 영화적 상상력의 경계’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을 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재구성했는지 생각하면서 보면 조금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배우진도 상당히 화려합니다. 주연뿐 아니라 박정민, 엄지원, 박지환을 비롯해 익숙한 배우들이 곳곳에 등장하는 것도 볼거리입니다.
현재 출발도 좋습니다. 9월 23일 개봉 첫날 13만 4천여 명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세 편 가운데 가족과 함께 볼 영화를 찾는다면 이 작품은 12세 이상 관람가라는 점도 참고할 만합니다.
2. 타짜: 벨제붑의 노래|추석에 다시 돌아온 ‘타짜’
두 번째는 ‘타짜: 벨제붑의 노래’입니다. ‘타짜’라는 제목만 들어도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화투판과 돈, 욕망, 배신 그리고 한순간에 뒤집히는 승부입니다.
이번 작품은 기존 시리즈의 분위기를 이어가면서도 무대를 온라인 카지노와 카드의 세계로 확장했습니다. 변요한과 노재원이 주연을 맡았고, 온라인 카지노 사업으로 성공한 장태영과 그의 모든 것을 빼앗은 친구 박태영이 다시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요즘 시대의 타짜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입니다. 예전의 화투판에서 온라인 카지노와 글로벌 도박의 세계로 무대가 옮겨지면서 기존 시리즈와 무엇이 달라졌는지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가 될 것 같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흥행 출발입니다. 개봉 전 예매량에서는 ‘암살자(들)’과 차이가 컸지만, 막상 개봉 첫날에는 10만 3천여 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습니다. ‘암살자(들)’의 13만 4천여 명과 비교하면 첫날 관객 차이가 약 3만 명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제한이 있는데도 10만 명을 넘겼다는 점에서 추석 극장가에서 두 영화의 경쟁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다만 청소년 관람불가 작품이므로 가족 단위로 영화를 고른다면 관람등급을 꼭 확인해야겠습니다.
3. 가능한 사랑|화려한 액션 대신 사람을 들여다보는 영화
세 번째는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입니다. 앞의 두 영화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릅니다. 이창동 감독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두 부부를 연기합니다.
겉으로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두 부부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영화 안에는 부부관계뿐 아니라 돈과 계급, 해고 노동자,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시선 등 여러 문제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한 로맨스나 부부 이야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따라가며 보는 편이 이 작품에 더 가까울 것 같습니다.
특히 이창동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이용하지 않으면서 진실로 사랑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생각할 거리가 남는 작품을 좋아한다면 이 부분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해외에서 먼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는 점도 특별합니다. ‘가능한 사랑’은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인 심사위원대상을 받았습니다.
또 한 가지 알아둘 점이 있습니다. 넷플릭스 제작 영화로 극장에서는 2주 동안만 상영될 예정입니다. 개봉 첫날에는 1만 9천여 명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6위로 출발했습니다.
‘암살자(들)’이나 ‘타짜’처럼 흥행 경쟁을 앞세운 작품이라기보다, 배우들의 연기와 이창동 감독 특유의 묵직한 이야기를 보고 싶은 관객에게 관심이 갈 만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 역시 청소년 관람불가입니다.
추석 개봉 영화 3편, 장르가 모두 다르다
올해 추석 개봉 한국영화 세 편은 분위기가 꽤 다릅니다.

한 작품은 실제 역사적 사건에서 출발하고, 한 작품은 인기 시리즈의 귀환이며, 또 다른 작품은 인간관계를 깊이 들여다봅니다. 그래서 이번 추석에는 취향에 따라 골라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번 더 짚어보기
어릴 적에는 추석에 극장에 간다는 것만으로도 설렜습니다. 지금은 집에서도 얼마든지 영화를 볼 수 있고 영화관의 모습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그래도 커다란 스크린 앞에서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는 재미는 집에서 OTT를 보는 것과는 또 다른 것 같습니다. 더구나 요즘 전 세계적으로 K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는 만큼, 추석을 앞두고 우리 한국영화 세 편이 동시에 극장에 걸렸다는 것도 반갑습니다.
이번 추석 연휴, 특별한 계획이 없다면 오랜만에 극장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편안한 리클라이너 의자에 기대어 영화 한 편 보고 나오면, 그것도 올해 추석의 작은 추억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자료]
1. 머니투데이|2026 추석 한국영화 3편 개봉 관련 보도
2. 연합뉴스|‘암살자(들)’ 개봉 및 박스오피스 관련 보도
3. 연합뉴스|‘가능한 사랑’ 개봉 및 작품 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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