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흔히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을 합니다. 그만큼 건물주는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저도 TV를 보다가 연예인이 몇십억짜리 건물을 샀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부터 했습니다. 일하지 않아도 월세가 들어오고,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여행도 다닐 수 있으니 부럽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런데 요즘 SNS나 유튜브를 보다 보면 건물주와는 또 다른 의미로 참 부러운 사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즐겁게 하면서, 그동안 쌓아온 경험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나이가 들어서도 그 일을 계속하는 사람들입니다. 거기에 수입까지 따라온다면 더없이 좋겠지요.
저도 아이가 어렸을 때는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참 힘들었습니다. 아이는 늘 엄마를 찾는데 일은 해야 하고, 시간은 부족하고, 몸도 마음도 바빴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크고 나니 오히려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아이도 자기 생활이 있고 남편도 출근하고 나면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그럴 때 저는 오히려 내가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참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일을 하러 나가면 사람을 만나고,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합니다. 내가 잘 해냈다는 성취감도 생기고, 또 그 일을 통해 수입도 얻습니다. 요즘에는 거기에 내가 해온 경험을 활용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또 다른 부가가치를 만들어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부자’에 대한 제 생각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돈도 중요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돈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도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1. 우리는 왜 그렇게 건물주를 부러워할까?
건물주가 부러운 가장 큰 이유는 결국 '경제적인 자유'일 것입니다. 내가 하루를 쉬어도 수입이 끊기지 않고, 나이가 들어 체력이 떨어져도 자산에서 돈이 나오는 구조는 분명 큰 장점입니다.
특히 직장생활이나 자영업을 오래 해본 사람일수록 이것이 얼마나 큰 장점인지 압니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수입도 멈추는 삶은 생각보다 힘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식이나 부동산, 코인처럼 내가 직접 일하지 않아도 자산이 돈을 벌어주는 것에 관심을 갖습니다.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노후를 위해 자산을 만들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준비하는 것은 오히려 필요합니다. 다만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은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정말 우리가 원하는 삶의 최종 목적일까?
2. 70대까지 일하고 싶은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실제 통계를 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있습니다. 통계청의 2025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55~79세 가운데 앞으로도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69.4%였습니다. 10명 중 약 7명입니다.
이들이 희망하는 근로 연령은 평균 73.4세였습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계속 일하고 싶은 이유 가운데 '일하는 즐거움'이 36.1%를 차지했습니다. 무료해서, 사회가 나를 필요로 해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일하고 싶다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결국 나이가 들어서도 사람에게는 돈 이외에 필요한 것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침에 일어날 이유, 내가 할 수 있는 일,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 그리고 내가 아직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어쩌면 노후에는 이런 것들이 돈 못지않게 중요해지는지도 모릅니다.
3. 평생 해온 일이 새로운 수입원이 되는 시대
예전에는 '직업'이라고 하면 회사에 다니거나 가게를 운영하는 것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특히 저는 평생 살림만 했던 주부들이 자신의 경험을 새로운 일로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참 흥미롭습니다.
요리하던 주부의 레시피가 콘텐츠가 된다

20년, 30년 동안 가족을 위해 밥을 해온 주부에게 요리는 너무 익숙한 일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본인은 그것이 특별한 능력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다릅니다. 매일 반찬을 무엇으로 만들지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30년 주부의 반찬 노하우가 정보입니다. 그 사람이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자신만의 레시피를 소개하고 사람들이 찾아보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요리 콘텐츠가 쌓이고 팔로워가 생기면 주방용품이나 식재료 같은 제품과 연결되기도 하고, 공동구매나 광고·협업 등 새로운 수익의 가능성도 생깁니다.
예전에는 집 안에서 끝났던 '살림의 경험'이 디지털 도구를 만나 하나의 콘텐츠와 일이 되는 것입니다. 평생 농사지은 농부의 경험도 브랜드가 된다
농사짓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도 소비자가 그 농가를 알지 못하면 제값을 받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생산자가 직접 SNS를 통해 농사짓는 과정과 수확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우리 사과가 좋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고 수확하는 과정을 꾸준히 보여주는 것이 소비자에게는 더 큰 신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좋은 농산물을 만드는 능력에 사진, 영상, 디자인, 온라인 판매라는 적은 능력을 하나 더 얹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지금 시대의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4. 새로 시작하기보다 '내가 해온 일 + α'
50대 이후 새로운 일을 생각하면 막막합니다. "내가 이 나이에 뭘 새로 하지?" 그런데 꼭 완전히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내가 가장 오래 해온 일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20년 동안 요리를 했다면 요리가 있고, 아이를 키웠다면 육아 경험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학생을 가르쳤다면 교육 경험이 있고, 농사를 지었다면 농사에 대한 지식이 있습니다. 회사에서 30년을 근무했다면 그 업종에 대해 젊은 사람이 단기간에 얻을 수 없는 경험이 쌓여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너무 오래 해왔기 때문에 그 경험의 가치를 스스로 모른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여기에 하나만 더하면 됩니다.
내가 해온 일 + 글쓰기
내가 해온 일 + 인스타그램
내가 해온 일 + 유튜브
내가 해온 일 + 온라인 판매
내가 해온 일 + 작은 강의
꼭 유명해지거나 큰돈을 벌어야 성공하는 것도 아닙니다.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그 과정에서 작은 수입이라도 생기고, 무엇보다 내가 재미있다면 그것도 훌륭한 일이 아닐까요?
5. 나이 들수록 부자의 기준도 달라지는 것 같다
젊었을 때는 돈이 많은 사람이 부러웠습니다. 좋은 집에 살고, 건물을 가지고 있고, 일하지 않아도 돈이 들어오는 사람이 성공한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물론 지금도 경제적인 여유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한 가지가 더 보입니다. 돈은 있는데 하루 종일 할 일이 없는 삶과,
큰 부자는 아니지만 아침에 일어나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그 일에서 적당한 수입까지 얻는 삶.
둘 중 어떤 삶이 더 풍요로운 삶일까요? 저는 요즘 후자의 삶도 참 부럽습니다. 결국 가장 부러운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돈이 들어오는 삶을 꿈꾸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경제적인 자유를 원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노후의 행복 전부는 아닐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 그 일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일을 하면서 생활에 보탬이 되는 수입까지 얻는 것.
어쩌면 이것이 건물 한 채를 가진 것과는 또 다른 종류의 자산인지도 모릅니다. 돈이 많아서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도 부럽지만, 좋아하는 일이 있어서 일을 그만두고 싶지 않은 사람. 나이가 들수록 저는 그런 사람이 더 부러워집니다.
그래서 50대 이후에는 '어떻게 하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돈을 벌까?'만 고민하기보다 한 번쯤 이런 질문도 해보면 좋겠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것 가운데, 앞으로도 즐겁게 계속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리고 거기에 작은 '플러스 알파' 하나를 더해보는 겁니다. 어쩌면 우리가 평생 찾아왔던 노후의 일거리가 전혀 새로운 곳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 속에 이미 들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참고자료]
통계청 「2025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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