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대가 되고 나니 예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깜빡깜빡하는 일’이 한 번씩 신경 쓰입니다. 분명 뭔가를 가지러 방에 들어갔는데 순간 ‘내가 뭐 가지러 왔지?’ 하고 멈춰 있을 때도 있고, 조금 전까지 생각하고 있던 단어나 사람 이름이 바로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잠시 뒤 생각이 나면 ‘아, 맞다!’ 하고 웃어 넘기기도 합니다. 예전 같으면 그냥 건망증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이제는 나이가 있다 보니 가끔은 다른 생각도 듭니다. ‘이 정도는 누구나 깜빡할 수 있는 걸까?’ ‘아니면 혹시 치매 초기증상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
특히 주변에서 치매 이야기를 듣거나 관련 뉴스를 접하고 나면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작은 실수까지 괜히 마음에 걸릴 때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기억력 변화도 있고, 피곤하거나 스트레스가 많을 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을 때도 깜빡하는 일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건망증과 치매 초기증상은 무엇이 다를까요? 저도 괜히 걱정만 하기보다는 어떤 경우에 한 번쯤 확인해봐야 하는지 정확히 알아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차이를 한번 더 알아봤습니다.
1. 깜빡한다고 모두 치매 초기증상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저 역시 뭔가를 가지러 갔다가 무엇을 가지러 왔는지 순간적으로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생각이 나거나 누군가 힌트를 주었을 때 “아, 맞다!” 하고 기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모습은 흔히 경험할 수 있는 건망증과 관련될 수 있습니다. 반면 치매에서 나타나는 기억 문제는 단순히 어떤 단어나 물건을 순간적으로 잊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최근 있었던 일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중요한 약속을 계속 잊는 등 이전과 다른 변화가 반복되면서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지가 중요합니다.
결국 한두 번 깜빡했다는 사실 하나보다 ‘예전과 달라졌는가’, ‘반복되고 있는가’, ‘생활에 지장을 주는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건망증과 치매 초기 기억 저하, 어떻게 다를까?
예를 들어 어제 저녁에 무엇을 먹었는지 바로 생각나지 않는다고 해보겠습니다. 한참 생각하다가 가족이 “어제 생선 먹었잖아”라고 말했을 때 “아, 맞다!” 하고 기억이 난다면 단순한 건망증일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식사했다는 사실 자체가 기억나지 않거나 같은 이야기를 들은 뒤에도 계속 처음 듣는 것처럼 묻는 일이 반복된다면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치매 초기에는 기억력 변화만 나타나는 것도 아닙니다. 익숙하게 하던 일을 처리하는 것이 어려워지거나, 익숙한 장소에서 길을 헷갈리고, 말하려는 단어가 계속 떠오르지 않거나, 판단이나 행동이 이전과 달라지는 모습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증상 하나만 보고 스스로 치매라고 판단하지 않는 것입니다.
2. 이런 변화가 반복된다면 한번 확인해 보세요
치매 초기증상을 볼 때는 ‘얼마나 자주 깜빡하느냐’만 볼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변화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의 대화나 일을 자꾸 기억하지 못하고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약속을 계속 잊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평소 잘하던 은행 업무나 돈 계산, 요리 순서 등이 갑자기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익숙한 곳에서 방향을 자주 잃거나 날짜와 시간에 혼동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가족 입장에서는 기억력보다 성격이나 행동의 변화를 먼저 알아차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본인은 “나이 들면 다 그렇지”라고 생각하는데 가족이 먼저 “요즘 왜 같은 이야기를 계속하지?”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한 번 있었다고 치매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예전에는 없던 변화가 반복되고 점점 심해지거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면 그냥 나이 탓으로만 넘기기보다는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3. 치매가 걱정되면 어디에서 검사받을까?

저도 치매검사라고 하면 처음부터 큰 병원에 가서 MRI나 CT부터 찍어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가까운 치매안심센터에서 먼저 상담과 인지선별검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치매 조기검진 절차는 먼저 치매안심센터에서 인지선별검사(CIST)를 하고, 인지기능 저하가 확인되면 신경인지검사와 전문의 진료 등의 진단검사, 필요한 경우 혈액검사나 뇌영상촬영 등의 감별검사로 이어지는 방식입니다.
그러니 “혹시 치매면 어떡하지?”라는 걱정 때문에 처음부터 검사를 피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간단한 선별검사부터 시작해 현재 인지기능 상태를 확인해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4. 치매 검사와 치료도 계속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치매라고 하면 ‘진단을 받아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치매를 조금 더 일찍 발견하고 원인과 상태에 맞게 관리하려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변화를 확인하기 위한 혈액 바이오마커 검사 연구와 활용도 계속 발전하고 있고, 초기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치료제도 등장했습니다.
그렇다고 피검사 한 번으로 모든 치매를 확진할 수 있다는 의미도 아니고, 새로운 치료제가 모든 치매를 되돌리는 ‘완치약’이라는 뜻도 아닙니다. 결국 전문의의 진료와 인지기능 평가, 필요에 따른 추가 검사를 종합해 판단해야 합니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치매는 무서워서 모른 척하기보다 가능한 한 일찍 변화를 발견하고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5. 치매를 아는 것이 오히려 두려움을 줄여준다
50대가 되고 나니 저 역시 예전보다 깜빡하는 일이 자주 생겼습니다. 방에 들어갔다가 “내가 뭐 하러 왔지?” 하는 순간도 있고 휴대폰을 찾아다닐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혹시 치매인가?’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알아보면서 느낀 것은 깜빡하는 일 하나하나를 치매와 연결해 겁먹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반대로 반복되는 변화를 무조건 “나이 들면 원래 그래”라고 넘길 필요도 없습니다.
치매에 대해 아는 것은 겁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불필요한 걱정을 줄이고, 정말 확인이 필요할 때 조금 더 일찍 움직이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내 몸의 숫자를 살펴보듯 기억의 변화도 한 번씩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치매는 무조건 두려워할 대상이라기보다 제대로 알고, 변화가 느껴질 때 확인하고, 필요한 도움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참고자료]
보건복지부·중앙치매센터 치매정보 및 치매 조기검진 안내
- 치매 초기증상과 인지기능 변화
- 치매안심센터 인지선별검사(CIST) 및 조기검진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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