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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트렌드

서울대까지 갔는데 다시 수능을 보는 최상위권 학생들

by 한번 더 알아보기 2026. 9. 27.

서울대학교 정문 전경과 서울대 상징 조형물이 보이는 모습
서울대학교 정문 전경과 서울대 상징 조형물이 보이는 모습


예전에는 집안에서 서울대 합격생 한 명이 나오면 ‘가문의 영광’이라는 말을 할 정도였습니다. 저희 집안만 해도 서울대를 나온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아는 사람이 서울대에 갔다고 하면 정말 대단하고 신기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면 대기업이나 연구소에 들어가 좋은 대우를 받고, 앞날까지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서울대 졸업장은 하나의 ‘보증수표’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오늘 신문을 보다가 눈길이 멈췄습니다. 어렵게 서울대에 들어간 학생들이 학교를 그만두고 있다는 기사였습니다. 
‘서울대까지 갔는데 왜 그만둘까?’ 궁금해서 자세히 읽어봤습니다.

1. 어렵게 들어간 서울대를 왜 그만둘까?


종로학원이 대학알리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서울대·연세대·고려대에서 중도탈락한 학생은 1만 736명이었습니다. 2025년 한 해에도 세 대학에서 2,012명이 학교를 떠났고, 그 가운데 64.5%가 자연계열 학생이었습니다.

이렇게 어렵게 들어간 대학을 그만두고 이 학생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중도탈락 통계만으로 이 학생들이 실제 어디에 다시 진학했는지 전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입시업계에서는 서울대 자연계 학생들의 의대 재도전, 연세대·고려대 자연계 학생들의 서울대 또는 의약학계열 이동 등이 주요 배경 중 하나일 것으로 분석합니다.

실제로 재수학원에는 이미 SKY에 합격했거나 재학 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의약학계열 준비반과 장학제도까지 운영되고 있습니다. 서울대에 들어가고도 다시 수능을 보는 일이 더 이상 아주 낯선 일이 아닌 겁니다.

의대 진학을 목표로 재수학원 의대반에서 수능 공부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
의대 진학을 목표로 재수학원 의대반에서 수능 공부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

2. 왜 서울대라는 간판을 내려놓고 다시 의대로 갈까?


이 부분에서 저는 제 주변을 한번 돌아보게 됐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 아래층에 한의원이 있습니다. 원장님은 처음부터 한의대를 간 분이 아닙니다. 일반대학을 졸업한 뒤 다시 한의대에 들어가 공부했고, 지금은 자신의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분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다시 한의학을 공부하길 잘했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이미 대학을 한 번 졸업했는데 다시 입시를 준비하고, 또 몇 년 동안 공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왜 다시 시작했을까요? 결국 중요한 것은 ‘몇 년 늦게 시작하느냐’가 아니라 ‘그 몇 년을 투자하고 나서 무엇이 남느냐’ 일 수 있습니다. 요즘 최상위권 학생들의 선택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예전에는 의대보다 공대를 선택하는 인재도 많았습니다


제 오빠도 의사입니다. 1980년대 후반에 대학에 들어갔는데, 당시에는 지금처럼 최상위권 학생들이 의대로 집중되는 분위기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공부를 아주 잘하는 학생들이 좋은 대학 공대를 많이 선택했습니다. 오빠 친구들 중에도 공대로 진학한 사람이 많았고 사실 오빠 역시 공대를 가고 싶어 했습니다.

의대를 망설였던 이유 중 하나는 의사가 되는 과정이 너무 길었기 때문입니다. 의대 6년에 수련 과정까지 생각하면 친구들이 사회에 나갈 때까지 계속 공부해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어머니의 권유로 결국 의대에 갔고, 긴 공부와 수련을 거쳐 지금까지 의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오빠는 말합니다. “그때 의대 가기를 잘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시대가 참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을 합니다. 예전에는 의사가 되기까지 너무 오래 걸리는 것이 의대를 망설이는 이유였다면, 지금은 서울대에 들어갈 정도의 학생들이 그 긴 시간을 감수하면서까지 다시 의대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4. 의대는 오래 걸리는데 왜 다시 시작할까?


의대 공부는 길고 힘이 듭니다. 그런데 지금 청년들의 취업 현실까지 함께 생각하면 조금 다르게 보이기도 합니다. 대학을 졸업했다고 모두 바로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취업을 준비하다 1년, 2년이 지나기도 하고 공무원이나 각종 시험을 준비하다 몇 년을 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렵게 취업해도 평생 한 직장에서 일할 수 있다는 보장도 예전보다 약해졌습니다.

그렇게 보내는 2년, 3년도 결국 한 사람에게는 똑같은 시간입니다. 그렇다면 공부할 능력이 있는 최상위권 학생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몇 년을 더 투자해야 한다면, 그 시간을 전문성과 자격을 얻는 데 쓰는 것이 낫지 않을까?’ 의사·치과의사·한의사·약사 같은 직업은 긴 공부가 필요하지만 면허를 기반으로 자신의 전문성을 비교적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100세 시대를 살아갈 젊은 세대에게는 이것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의대에 들어간다고 미래가 저절로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긴 교육과 수련, 높은 업무 강도와 책임이 따르고 개원 역시 비용과 경영 부담이 있습니다.

5. 서울대생들의 선택이 보여주는 것


저는 서울대생들이 학교를 그만두고 다시 수능을 보는 현상을 단순히 ‘의대 쏠림’이라는 말 하나로만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에 들어갈 정도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왜 다시 입시판으로 돌아오는지를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학생들은 이미 좋은 대학에 들어가 봤습니다. 그러고 나니 그다음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요? 취업, 소득, 직업의 지속 가능성, 전문성, 그리고 40대와 50대 이후의 삶까지 말입니다.

예전에는 ‘어느 대학에 들어갔느냐’가 성공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지금의 젊은 세대는 조금 더 현실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 대학을 졸업하고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서울대라는 간판까지 내려놓고 다시 수능을 보는 최상위권 학생들. 어쩌면 지금 젊은 세대는 학벌 하나보다 그 이후 자신의 20년, 30년을 더 길게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였던 시대에서, 좋은 대학을 나온 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습니다.  입시철을 앞두고 서울대생들의 재도전이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이유입니다.

 

[참고자료]
· 대학알리미 —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중도탈락 현황
  2021~2025년 중도탈락자 1만 736명
  2025년 중도탈락자 2,012명, 자연계열 64.5%

· 종로학원 — SKY 중도탈락 및 자연계열·의약학계열 재도전 관련 분석